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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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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1건 조회 11회 작성일 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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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혁,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시간이 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오래 입어 해진 스웨터를 걸치고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6시 13분에 저녁을 달게 먹었다

어머니는 늘 시간을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이제 어머니는 시간의 먹잇감이 되었다

시간은 이미 귀를 먹어치웠다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에 앉은

왼쪽 발목 관절을 먹는 시간의 입가에

어머니가 먹은 시간이 줄줄 흘러내렸다

시간은 사람을 먹어 작아지게 한다

기억을 먹어버리고

안경 너머 짓무른 눈에는 끈끈한 침을 발라놓았다

이 빠져 흉한 사기그릇처럼

군데군데 이빨마저 먹어치웠다

시간 앞에 먹이거리로 던져진 육신

어머니는 이제 손목에 시계를 차지 않았다

오늘도 어머니는 6시 13분에 저녁을 달게 먹었다

기다렸다는 듯

시간은 어머니 오른쪽 무릎 관절에 입을 대었다

먹히던 시간이

무서운 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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