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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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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12회 작성일 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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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처마 아래서

 

 

 

겨울비가 손가락을 짚어 가며 숫자를 센다

더딘 저녁, 누군가를 오래 세워 둔 적이 있었나

여러 번 머뭇거린 뒤꿈치가 만든

뭉개진 자리가 나란하다 창밖을 서성대던

들쑥날쑥한 머리통들 가운데 몇몇이

어느새 방 안에까지 들어와 있었나

검게 엉킨 실타래들을 풀지 못해

한 벌 수의도 지어 주지 못했나

나 간다 이번엔 정말 간다고

카운트다운을 하는 겨울비, 반에서

반의 반으로 다시 반의 반으로

끊임없이 숫자를 줄여 가는 저 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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