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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2회 작성일 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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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강, 등불소리

 

 

 

그대 기다리다 간다

나는 그대의 그림자 볕뉘야

그대가 나를 극지(極地)에 버려두고 간 뒤

얼마나 지났나

온도가 전 같지 않네

 

첨엔 얼음만 먹고 살았어

얼음 말고 달리 먹을 게 있어야지

자꾸 뚱뚱해져서 빙산이 된 줄 알았어

극광이 빙빙 돌 때마다

나는 바닷속에 있다고 소리쳤지

그 얼음모자가 너냐고

아무리 봐도 너 같지 않다고

도저히 너로는 볼 수 없다고

 

한참 몸부림쳤더니

다시 나만 한 얼음빛 볕뉘가 됐어

그 후론 막 떠돌아다녔어

 

바닷가 읍성 근처까지 왔는데

돌마음을 열어 보여주는 절이 있었어

돌빛을 보여달라고 삼천 배를 올렸지

 

이제 눈도 가슴도 다 녹아

그대가 준 맑은 뼈만 품고 흐르려고 해

내 분홍귀는 아직 초롱초롱 밝으니

그냥 두고 갈게

돌빛이 참 환한 호수를 봤어

귀를 두고 가기에 딱 좋은 물이야

 

혹시 이 호숫가 지나다

연꽃 등잔 걸렸거든 연꽃에 귀대고

등불소리 들어봐

달그락거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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