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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나푸르나 혹은 안티푸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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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3회 작성일 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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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정, 안녕, 안나푸르나 혹은 안티푸라민

 

 

 

배웅은 필요 없어

다만 코끝을 마주 대고 어깨를 다독여주면 돼

강렬한 태양 때문에 눈이 시릴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장님이 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나를 떠난 건 아니었으니까

 

내가 아는 여자가 있었어

퍼렇게 멍이 든 눈가엔 안티푸라민이 번들거렸지

여자는 하루 종일 식당 뒷문에 쪼그리고 앉아 고등어를 구웠어

이런 일과들이 여자를 지나가곤 했어

달궈진 석쇠 위에서 고등어의 퍼런 껍질이

곪은 종기처럼 부풀다가 터지고

여자는 말없이 눈가에 안티푸라민을 덧발랐지

울음의 무늬를 기억하는 굴곡을 어루만지며

 

가파른 산비탈마다 멍멍한 귓속을 채우는 나귀들의 방울 소리와

몸을 움츠려야만 닿을 수 있는 협곡들

그러니까 배웅 따윈 필요 없어

난 단지 내 안의 굴곡을 벗어나 안나푸르나에 가고 싶을 뿐이야

아직도 눈가 가득 안티푸라민을 바르고 있을

내 몸 밖의 굴곡을 어루만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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