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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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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1건 조회 15회 작성일 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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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 풍경을 지운다

 

 

 

검붉게 타던 플라타너스 잎들이

겨우 며칠을 못 넘겨 땅으로 곤두박칠친다

끝에 남은 몇 개의 흔적을

아이들 서넛이, 그 고통과 적막을 달래듯

기어올라 가지를 흔든다 우수수

마른 골격이 드러난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한 시대를 버팅겨 온 힘에 대한

배반이다 풍경이 지워지고

빈 손가락, 구부러진 틈 사이

먼발치로 솟구쳤던 나무와 그 위에 허위로 쌓인

발걸음이 무너진다

 

나무는 이제 꿈꾸지 않는다

몸통에 배어 있던 소리와 향기가 빠져나가고

뿌리에 스며 있던 희망과 절망이 뽑힌다

지금, 거품의 세월

아이들이 깔깔대며 사라진 뒤, 삶이 그렇게 얼어붙듯

나무들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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