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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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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6회 작성일 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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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민, 목련꽃

 

 

 

꽃이 문을 꽝 닫고 떠나 버린 나무 그늘 아래서

이제 보지 못할 풍경이, 빠금히 닫힌다

보고도 보지 못할 한 시절이 또 오는 것일까

닫히면서 열리는 게 너무 많을 때

몸의 쪽문을 다 열어 놓는다

바람이 몰려와 모서리마다 그늘의 알을 낳는다

온통 혈관이고 살인 축축한 짚벼늘이 느껴져

아주 오랫동안 지나간 것들의 무늬가 잡힐 듯한데

 

꽃 진 그늘에는 누가 내 이름을 목쉬게 부르다가

지나간 것 같아

꿈이나 사경을 헤맬 때 정확히 들었을 법한 그 소리가

왜 전생처럼 떠오르는 것일까

 

그늘은 폐가다 그것은 새집이나 마찬가지

나는 폐가의 건축자재로 이뤄졌다

태양이 구슬처럼 구르는 정오, 꽃그늘에 앉으면

뒤돌아서 누가 부르는 것 같아

부르다 부르지 못하면 냄새로 바뀐다는데

뒤돌아서 자꾸만 누가 부르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나무를 꼭 껴안아 보는데

나무에선 언젠가 맡았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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